고레에다 히로카즈 영화 괴물 후기 결말은 비극일까? 올해의 최고의 영화를 꼽으라면 나는 주저 없이 2023년 괴물을 꼽을 것 이다. 러닝타임 127분을 단 1초도 몰입하지 않은 시간이 없었고, 영화 끝나고 복잡한 영화관을 빨리 빠져 나오기 위해 스크립트 화면이 바뀌기 전에 자리에 일어서지도 않았으며, 그저 뭔지 모르지만 슬퍼서 눈물이 났다.
뭐가 그렇게 짠하고 내 마음을 힘들게 했는지 한번 정리해 보고 싶었다. 오늘 그 이야기를 정리해 보려고 한다.
영화 괴물 줄거리 소개는 구체적으로 없을 것이지만, 스포는 신경 쓰지 않기로 하고 기술하니, 스포가 걱정 되시는 분들은 피하세요.
괴물 영화 등장 인물
고레에다 히로카즈
와세다대학을 졸업하고 TV 다큐멘터리의 연출가를 맡아 방송제작을 시작했다. TV 다큐멘터리 시절부터 일본 주류 사회가 캐치하지 못하는 사회적 약자를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돌아보는 작품을 많이 만들었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대표작으로는 2018년 칸 영화제에서 “어느 가족” 으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합산 수익이 6천만 달러가 넘는 대흥행을 기록하기도 하였는데, 정작 일본 정부에서는 언급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여전히 자신들의 치부가 들어나는 것에 대한 병적인 감춤이 창의력을 제안하고 있는 일본.
구로카와 소야 (黒川想矢 ,くろかわそうや) / 무기노 미나토 역
2009년생이고 이 영화가 데뷔작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내연녀와 바람피러 온천을 가다가 죽은 것으로 나온다. 그러나 엄마의 시점에서 아빠는 항상 듬직하고, 좋은 사람으로 그려지지만 죽은 아빠에게 일상을 보고 하는 대화에서 왜 자신을 태어나게 했는지 묻는다.
미나토는 생각이 많은 ‘아이’ 이며 주변의 시선도 두렵지만, 상냥하고 친절한 캐릭터를 연기했다.
히이라기 히나타(柊木陽太 , ひいらぎひなた) / 호사카와 요리 역
2011년생으로 구로카와와 함께 부산 국제 영화제에도 참석했었다. 나이는 조금 더 어리지만 약간의 출연 경험이 있다고 한다. 학교에서는 왕따를 당하고, 가정에서는 알콜 중독자인 아빠와 단둘이 살면서 심한 가정 폭력에 시달리고 있다.
영화에서 발에 맞지 않는 신발을 신고 나오는데 영화 케빈에 대하여 에서는 케빈이 몸에 맞지 않는 어린시절 옷을 몸에 꽉 끼게 입고 나온다. 가정 폭력의 증거이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인터뷰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아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지만 그러면서도 즐거워 보이도록 연기해야 한다 생각했다.’ 라고 말했는데 말 그대로 너무나 훌륭한 연기였다.
안도 사쿠라 (安藤サクラ) 엄마 사오미 역
아버지가 유명 배우이자 영화 감독인 오쿠다 에이지, 어머니가 에세이스트 탤런트인 안도 카즈. 언니인 안도 모모코도 배우로 활동하고 있으며 남편의 가족도 모두 활발히 활동하는 유명 배우로 구성되어 그야말로 연예계 로열 패밀리 이면서 외증조할아버지는 내각 총리 대신까지 엮임한 그야말로 금수저 집안의 딸이다.
그러나, 그런 뒷배경과는 상관없이 탁월한 연기로 각광을 받고 있는 배우이다.
나가야마 에이타(永山瑛太) / 선생님 호리 역
1999년 잡지 모델로 데뷔를 했고, 연기 스펙트럼이 상당히 넓은 베테랑 배우이다. 전작에서 너무 멋지게 나왔는데 영화 초반에 답답하고 찌질한 연기에 그 사람이 맞나? 하고 볼 정도로 연기력이 상당하다. 한국과 관계된 영화에 출연을 많이 했던 경력이 있다.
영화 괴물 줄거리
이 영화는 3 part로 나뉘어져 있다. 엄마의 시점, 선생님의 시점, 주인공들의 시점으로 나뉘게 되는데 매우 치밀하고, 모든 장면이 힌트가 되며, 친절한 해설지로 구성되어 있는 영화이다.
Part 1, 엄마 사오리의 시점
싱글맘 사오리[안도 사쿠라(あんどうさくら)]는 아들 미나토(쿠로카와 소야)와 열심히 살아가고 있다.
그녀는 항상 바쁘다. 싱글맘으로서 일과 육아 그리고 불안함을 숨기는 꿋꿋한 연기를 하는 것에 말이다. 영화는 엄마 사오리 시점에서는 빠른 전개와 다양한 화면을 편집한다.
그리고 우리가 보편 타당하게 느낄 수 있는 어른들 세계에서의 은폐와 답답함을 미나토의 문제를 풀기 위한 해결책으로 표현하고 있다.
우리가 part 1에서 얻을 수 있는 힌트는 ‘미나토가 이상하다.’ 이다.
Part 2, 호리 선생님의 시점
세상에서 가장 억울한 선생님을 꼽으라면 호리 선생님이라고 이야기하는 평론가들을 봤다. 과연 그럴까? 이 이야기는 하단에 괴물이 누구게? 에서 다뤄 보도록 한다.
그러나, 평론가의 말대로 엄마 사오리 시점에서 봤던 호리 선생과는 분명히 다른 사건이 있었고, 사오리 시점에 호리 선생을 오해했던 관객들은 마음속으로 ‘아, 이 사람은 괴물이 아니네.’ 라는 답을 구할 수는 있다.
part 1에서 어이없는 미소를 짓던 모습도, 심각한 상태에서 사탕을 먹게 된 것도 자신만의 긴장감을 낮추기 위한 행동이었다는 해설지에 우리 모두 “오해” 라는 단어로 넘어가 버린다.
Part 3, 미나토와 요리의 시점
이제 사건의 모든 전말이 한치의 오차도 없는 명품 시계처럼 끼워 맞춰진다.
왜 미나토는 그런 행동을 했었는지, 요리는 어떤 아이였는지 알게 되어 가면서 한없이 죄스러움과 미안함이 복잡하게 감정을 끌어 올린다.
우리에게는 너무 슬펐던 정인이 사건이 있다. 정인이는 사진 속에서 해맑게 웃고 있었다. 그 아이가 태어나서 경험한 세상은 항상 배고프고, 폭행당하는 삶이었기에 그것이 전부여서 판단을 못했던 것 처럼 요리 역시 아버지의 폭행이 일면 당연하고, ‘네 머리는 돼지의 뇌다.’ 라는 끔찍한 말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던 것 같다.
괴물은 제목과 다르게 퓨어 영화이다. 뛰어난 영상미, 아이들의 동심의 놀이 속에 우리 과거의 회상, 안타까움. 그리고 사회의 모든 문제가 녹아 있는 이 복잡한 이야기를 두 아이의 천진한 미소와 낭랑한 목소리가 새드 무비임을 잊고 혼돈하게 만든다.
영화 괴물 결말 해석
나는 이 영화를 2023년 12월 25일 8시 50분 CGV에서 보았다. 영화가 끝난 직후 영화관을 빠져나오면서 너무 아름답고 모두가 잘됐다. 라는 생각에 따뜻하고 벅찬 감정으로 집으로 돌아왔었다.
그런데 마음이 조용해진 시간에 가만히 생각해보니, 두 아이는 죽은 것 같다. 는 결론을 얻었다.
너무 슬프게도…
미나토와 요리는 폭풍우가 휘몰아치는데도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나무가 마구 쓰러지는 위험한 숲에 자신들의 아지트인 폐열차로 간다.
잠시 호리 선생님의 시점으로 가보면, 사오리와 함께 두 아이의 아지트에 허겁지겁 달려와 뒤집힌 열차의 창문의 흙을 연신 닦아내지만, 쉽게 닦아지지 않는다. 결국 문을 열고 그들이 소리치며 열차 안으로 들어가며 호리 선생님의 파트가 끝난다. 이 씬을 볼 때 열차가 뒤집혀 있는 것에 대한 걱정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닦고 있었던 게 두 아이가 괴물 놀이를 하고 있던 창가였는데 말이다.
이제 미나토와 요리의 시점의 열차씬을 연결해 본다. 몰아치는 폭풍우에 고장난 열차가 심하게 흔들리자, ‘이제 출발하는 건가?’ 라며 즐거워 했던 장면이 있었다.
너무나 아름다운 영상을 보여준 영화의 마지막 장면.
두 아이는 열차의 반대편 창문으로 빠져 나오고 달리기 시작한다. 곧바로 눈부시게 화창한 햇살과 하늘과 풍경이 그들을 담아낸다. 이 보다 더 찬란한 아름다움이 있을까…
그런 아름다운 장면에 비해 “결말은 비극이야.” 라며 두렵게 암시하는 시그널들.
- 시간을 연결할 수 없다.
엄마 사오리와 호리 선생님의 시간은 한참 폭풍우가 휘몰아 치고 열차 안으로 뛰어드는 시점인데, 아이들이 빠져 나오는 그 상황에 벌써 하늘은 화창하게 개어 있다. - 사카모토 류이치의 음악
지금은 고인이 되었지만, 괴물 영화를 함께 협업한 사카모토 류이치의 마지막 장면의 음악은 전혀 희망적인 음악이 아니었다. - 두 사람의 대화.
요리가 묻는다. ‘우린 다시 태어난 걸까?’ 미나토가 답한다. ‘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
“죽었는데 우리 지금 뛰고 있네? 그러면 다시 태어난거겠지?”
“아니… 그런 건 없는 것 같아. 여긴 또 다른 세상인거야.”
다시 들으니, 더욱 슬퍼지고 미치겠다. 너무 슬픈데 너무 아름답다.
怪物はだれだ? 괴물은 누구게?
모든 영화가 내가 원하는 결말로 만들 수 있으니, 이 영화도 내가 즐거운 기억으로 남기려고 이 포스팅을 시작했는데 글을 쓰다 보면서 머리가 정리되면서 결국 요리와 미나토가 죽은 것 같다는 생각이 확고해 지니, 아름다운 영상처럼 이쁜 결말을 못 지어 버렸다.
오픈 결말을 이용하는 영화는 찝찝하다.
그런데 ‘너 슬퍼서 죽어봐라.’ 하며 눈치 챌 수 있는 트릭을 심어 놓은 영화는 잔인하다.
그래서 영화 괴물은 내게 잔인했다.
라는 질문에 답을 해보려고 하니, 그렇지가 않았다. 요리는 현실의 요리는 왕따(이지메)로 괴롭고, 폭력 아버지의 폭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런 요리를 바라보는 미나토는 아무렇지 않게 행복할 수 있을까?
교장 선생님과 미나토에서 이 질문에 대한 해답도 제시를 해주었다.
누구나 누릴 수 없는 건 행복이라고 부르지 않는 단다.
나는 이 명대사를 관객이며, 보편적 인간에게 하는 말이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이 대사를 미나토 입장에서는 모든 인간을 두고 생각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지금 그에게 가장 중요한 요리를 대상으로 놓고 받아들이면, 어쩌면 나도 미나토처럼 행복한 결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서야 비로소 요리는 술주정뱅이 아빠의 폭력에서 해방되었고, 미나토는 나만 행복한 게 아닌 요리와 함께 할 수 있는 행복이니 이 보다 좋은 두 사람의 결말이 있겠는가.
가슴 아파할 엄마에게 미나토는 이 대답도 미리 해 놓았다.
“엄마, 난 불행하지 않아요.”
내 이마에 어떤 카드가 있는지 모르고 관람 내내 나는 누가 괴물인지 찾고 있었다.
불완전 연소하고 있는 교장인지, 요리의 아버지인지, 방화를 저지른 요리인지… 영화가 진행 되는 내내 마음속에 지정했던 괴물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결국, 나 역시 나만의 편견으로 내 이마의 카드는 뭔지도 모른 채 애먼 등장인물들만 괴물을 만들고 있었다.
호리 선생이 억울하다고?
과연 그럴까? 몇 가지 단서 만으로 호리 선생은 미나토를 요리를 괴롭히는 아이로 지목하였다. 답이 틀렸으니, 게임 규칙에 따르면 호리 선생이 괴물이다.
괴물은 누구게 일본어로는 怪物はだれだ?
이렇게 우리는 127분 동안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 괴물 놀이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조금 더 사람들에게 마음을 열고 또 조금 더 사랑하는 마음을 갖기로 했다.
그들도 행복해야 나도 행복할 수 있으니…